EITHER US - OR NOTHING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볼셰비즘은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맑스주의가 최후의 이데올로기로 강요된 이후, 볼셰비즘은 맑스 이전에 존재했던 다양한 사회주의-공산주의 비전 및 이론의 교리적 영역과 평행을 이루는 지적 원동력으로 [즉, 맑스 이전의 사회주의와 공통점이 없는 새로운 이념으로] 여겨져왔다. 이 최초의 단계를 '볼셰비즘 계획(the Bolshevism project)' 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두번째 단계는,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과 그 후계인 공산당의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에서 볼셰비즘 계획이 발현된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소비에트와 그 집권당의 역사가 보여준다. 첫번째 단계는 의심할 여지 없이 두번째보다 더 광대하다. 다른 구상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두번째를 대체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할 때 그것과 비교할 다른 것 없이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 구상을 알지 못한다면, 그 깨달음은 의미가 없다. 깨달음 없는 구상은 단순한 추상일 뿐이며, 그것의 가능한 깨달음은 여러가지 상황에서 더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즉, 확고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 임의대로다.]
민족사회주의와 파시즘은 유사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한편으로, 그 둘은 이론적 도그마, 철학, 경제적-역사적 견해를 공유하며 ('파시스트 계획', the Fascist project) 결합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와 히틀러의 독일이 보여준 국가 유기체를 비롯한, 역사적 정당(나치와 파시스트)의 실현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기본적 차이가 있는데,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계획은 소비에트 현실이 보여준 볼셰비키 계획보다 그것의 구현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지칭되어있지 않으나, 소련에서 볼셰비키 계획이 구현된 것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계획이 원리-원칙에 덜 충실하다고 말하는 듯 함.]
볼셰비키와 파시스트 정당 및 정권들이 서로 대립하였고,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싸움까지 벌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2차 세계 대전 혹은 대조국전쟁일 것이다. 그러나 양자간의 적개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파시스트와 볼셰비키가 함께 한 몇 가지 외부적, 즉 순수하게 정치적인 예시가 있었다. 소련은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질서를 기꺼이 인정했다. 독일 민족주의자들은 라데크가 발표한 '슐라게터 코스(Schlageter Course)' 동안 힘을 합쳤다. 최종적으로,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이 두 계획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볼셰비즘을 맑스주의를 포함하는 이데올로기지만, 결국 맑스주의라는 경계를 넘어선 것 (레닌의 아이디어 "한 국가에서만 공산주의를 건설한다." 는 맑스와 충돌한다.) 으로 이해한다면, 같은 이해 방법을 파시즘과 나치즘에도 적용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특히, 나치 권력의 기틀을 만든 사상가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나치가 자신들의 견해를 모방한 것으로 보았고, 나치에 반대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볼셰비키 계획과 파시스트 게획이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 두 계획 사이의 공통적인 종류를 추출하여 그 이상의 메타이데올로기의 실존을 제안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둘은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의 정치적 결합을 넘어, 그들 정치 이데올로기의 절대적 본질을 반영하는 단 하나의 메타이데올로기는 바로 '민족-볼셰비즘(National-Bolshevism)'이다. 이 메타이데올로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그 자체로 인정된 적이 없다. 오직 양 진영의 가장 깊은 마음을 가진 이들만이 이 전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면서, 그것의 실존을 직감적으로 추측해왔을 뿐이다.
민족-볼셰비즘은 현실정치의 조건에 굴복한 볼셰비키와 유럽 민족주의자들의 소위 '실용적 방법'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 그것은 두 계획의 동일한 측면을 일컫는 것도 아니다. 민족-볼셰비즘은 두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역사적 화신이 무너진 이후에야 나타날 수 있는, 더 심오한 것이다. (파시스트 계획의 실제 화신은 50년 전에 붕괴했다.)이 메타이데올로기의 기본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종말론적 인식(Eschatological awareness). 문명이 마침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수반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종말론적 유신(eschatological restoration)'의 필요를 생각하게 한다. 황금시대의 복원을 정치적 수단을 통해 수행하려는 노력도 이에 포함된다.
2. 종말론적 목표(eschatological goals)에 있어 실존하는 종교 제도로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 - '숨겨진 반-급진주의(thehidden anti-radicalism)', '영혼재생설(reincarnation)', 전통적 서양 종교의 '위선적 형식주의(pharisaism)'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대신하여, '개혁의 정신(The spirit of reformation)' 혹은 '새로운 영성(new spirituality)'은 '신비주의(mysticism)', '영지주의(gnosticism)', '이교주의(paganism)'에 있다.
3. 반-부르주아 파토스(Anti-bourgeois pathos). 즉 계몽주의 정신에 뿌리를 둔 현대 세계와 서양 문명에 대한 증오를 뜻한다. 동시에 '세계시민주의-제국주의적 자본주의(the cosmopolitan imperialist capitalism)'를 극도로 사악한 국제적 악과 다름없다고 인식한다.
4. 동양에 대한 관심과 서양에 대한 반감. 유라시아를 향한 지정학적 지향성.
5. '스파르타 (프러시아) 금욕주의(Spartan (Prussian) ascetism)' 혹은 노동과 노동자의 파토스. 이는 '앙시앵 레짐(the old regimes)'의 퇴폐적 엘리트들과 비교해 볼 때, 지난 몇 세기 동안 타락으로부터 안전했던 최하급 계층, 즉 '민중(the people)' 사이의 '최초의 영적 기원(he primary spiritual origin)'을 근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민중으로부터 솟아오른 '새로운 귀족정(new aristocracy)'의 원칙이 될 것이다.
6. 민족과 사회를 도덕적-정신적 결속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형제 집단(an organic brotherly collective)'으로 이해하는 것. 이는 개인주의, 소비, 착취를 급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며, 모든 민족을 '황금시대'의 상태로 격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7. 셈족 기원의 문화적-종교적-경제적 전통 (유대교, 이슬람) 에 반하여 인도-유럽적 전통을 바로 세우는 것. 본래 '상인(merchants)'이라는 사회적 계급 (과 그것의 정신)은 오늘날의 셈족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8. 이상적이고 가치있는 것을 위하여 자신의 희생을 받아들일 준비자세를 가지는 것. 즉 '체제순응적 보통 사람(mediocrity)'과 쁘띠-부르주아에 대한 증오. 분명한 혁명정신이 필요하다.
상기한 모든 요소는 파시즘과 볼셰비즘의 구체적인 도그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들은 이데올로기 혹은 사상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다른 것과 모순될 수 있는 생각들과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역사적인 민족-볼셰비키들 (에른스트 니키쉬, 니콜라이 우스트랼로프, 장-프랑수아 티리아르(Jean-François Thiriart)) 은 직관적으로 이러한 종합에 근접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완전하지 못했다. 니키쉬는 기술과 '변화(process)'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았으며, 우스트랼로프는 신경제정책을 지지한 동시에 러시아에 있어 독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티리아르는 종교적 신비(esoterism)와 종교를 부정했으며, 실용론적 유물론자로 삶을 마감했다.
민족-볼셰비즘은 단언컨대 20세기의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것은 볼셰비즘 혹은 파시즘 내부에서 우리를 매료시키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볼셰비즘과 파시즘이 무엇에 의해 종결되었던지 간에, 이 가상의 교리가 가지는 정신에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즉, 볼셰비즘과 파시즘의 역사적 패배는 민족-볼셰비즘과 무관하다.]
민족-볼셰비즘은 우리 세기의 반-자유주의 정권 [즉, 서구 자유주의에 대항한 독일과 러시아] 이 어디에서 잘못되었고 왜 그들이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분석은 과거와 도표(graphic)에 충실하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우파와 '새로운' 좌파가 단지 가상의 민족-볼셰비즘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족-볼셰비즘 이념은 과거의 모든 범죄로부터 자유롭다. 역사적인 민족-볼셰비키들은 나치와 공산주의자들이 그 이론을 왜곡했다고 비난했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주의자의 희생양(victims of the totalitarian Moloch)이 되었다. 지금에야 민족-볼셰비즘의 교리가 막 성립히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이 주장조차도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 [즉, 민족-볼셰비즘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민족-볼셰비키들의 주장대로 나치와 공산당이 그 본질을 왜곡했는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민족-볼셰비즘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실제로도, 심지어 이론적으로도 없었던 것이다. 민족-볼셰비즘은 이제 막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 교리는 현대사회, 즉 현대사회의 유일한 기반인 자유주의-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모든 사람에게 형이상학적-이데올로기적 성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들의 항거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오래된 반-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그들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론상의 오류를 가졌기 때문에 얼마 안가 역사의 뒷편으로 추락해버렸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이제 아무 곳에도 없다.현대 사회, '이 '자유주의적' 적그리스도 제국(this empire of the "liberal" antichris)'의 유일한 대안은 바로 민족-볼셰비즘 [원문에서 대문자]이다.'그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없다.(Either it, or nothing.)' 어떤 다른 타협이던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이 체계가 자랑스러운 라이히와 위대한 소비에트 연방 (둘 다 이전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독일 군주국과 러시아 제국을 파괴했다.) 에서 살아남았다면, 정당과 무장한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아무런 문제 없이 하나될 필요가 있다. [파시스트와 볼셰비키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임.]
요점은 민족-볼셰비즘이 그 나름의 영적인 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이는 '반역성의 비밀(secret of illegality)'을 개방할 최후의 시점에 맞설 '대안적 비밀(an alternative secret)'이다. 이 힘이 없다면, 볼셰비키와 파시스트의 실험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오직 정책의 수단(the instruments of policy)을 어느 정도 왜곡한 후에야, 이 힘은 상술한 운동을 떠났고, '우주의 주인'(Master of the Universe)이 되기 전에 운명을 돌보고,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일 것이다. 최근에 이 힘이 본질에 도달할 새로운 (최종) 형태를 취했다는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는 아마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맞출 것이다. [윗 문단에서 주어를 모호하게 말하고 있는데, 물론 민족-볼셰비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임. 그러나 정확한 이해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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