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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경계없고 붉은 파시즘 - 알렉산드르 두긴 (1997)

by карто́фель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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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오직 자유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파시즘 만이 정치적-통치적 맥락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치 이데올로기임이 확인되었다. 20세기에 실존했던 모든 사회는 상기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를 추구했다. 오직 자유주의 국가만이, 공산주의 국가만이, 그리고 파시스트(민족주의) 국가만이 실존했다. 다른 형태는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다. 러시아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두 이데올로기를 통과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파시즘 뿐이다.

1.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오늘날 러시아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거나, 거의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파시즘의 한 유형은 '국가 자본주의(national capitalism)'이다. 그러나 국가 자본주의, 소위 '우파 파시즘'이 권력의 문제에 진지한 흥미를 가지고, '시간의 힘(the power of time)'을 절실하게 여기는 사회 엘리트들의 이데올로기적 주도권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달리 말하면 파시즘의 '국가 자본주의적' 혹은 '우파적' 변형은 곧 파시즘의 본질을 불모로 만들 뿐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국가 부르주아'와 '지식'인의 결합이 다가오는 러시아 파시즘의 기초를 이룰 것이라 말하는데, 사실 그러한 조합은 세계관, 교리, 그리고 하나의 스타일로서 파시즘의 진정한 의미와 완전히 반대된다. 파시즘 현상에 대한 맑스주의적 정의, 즉 '국가 자본의 지배(The domination of national capital)' 라는 관념이 아직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의 구체적인 철학적 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파시즘의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파토스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잘못된 개념이다.파시즘은 분명 ‘민족주의(nationalism)’다. 그러나 다른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파시즘은 위대한 신화와 초월적 사상에 호소하는, 혁명적, 반체제적, 낭만적, 이상적 형태의 민족주의다. 파시즘은 불가능한 꿈을 실행하고, 영웅과 '초인(superhuman)'의 사회를 탄생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또 완전히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파시즘 경제는 사회주의 혹은 중도적 사회주의의 방법을 취한다. 따라서 개인과 이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국민 전체의 후생, 정의로움, 그리고 형제애라는 원칙 하에 종속시킨다. 마지막으로, 문화를 대하는 파시스트 태도는 지식인의 본질, 즉 '너무나 인간적인' 인본주의 정신에 대한 급진적 거부를 기초로 한다. 파시스트는 지식인을 혐오한다. 지식인은 가식적 부르주아, 허세부리는 속물, 호사가, 그리고 무책임한 비겁자의 무리에 불과하다. 파시스트는 잔인한 것, 초인적인 것, 그리고 천사같은 것을 동시에 추구한다. 파시스트는 추위와 비극을 사랑하며 따뜻함과 안락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파시즘은 국가 자본주의의 본질적 구성요소의 모든 것을 경멸한다. 파시즘은 (국가 자본이 아니라) 국가적 이상주의의 지배와 부르주아 및 지식인에 맞서 싸운다. (그들을 위하지도, 함께하지도 않는다.) 파시스트의 파토스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유명한 구절, '이탈리아의 파시스트와 프롤레타리아여, 깨어나라!(Rise, fascist and proletarian Italy!)'에서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다. 즉 파시즘의 지향점은 파시스트이자 프롤레타리아이다. 파시즘은 노동적이고, 영웅적이고, 전투적이고, 창조적이고, 이상적이고, 미래적인 이념이다. 장사꾼을 위한 정부의 특혜와 사회적 기생충인 지식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파시즘의 관심사가 아니다. 파시스트 국가와 파시스트 신화의 중심은 농민, 노동자, 군인이다. 파시즘의 핵심에는, 운명과 우주적 엔트로피와의 비극적 투쟁의 궁극적 상징인 신적인 지도자가 자리잡는다. 두체(duce), 퓌러(Führer), 혹은 초인으로 불리는 그는 초월적 성품과 비범한 국민적 의지의 소유자이다. 

물론, 파시스트 국가에도 변두리 어딘가 쯤에는 정직한 상인과 대학 교수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배지를 달고 의례적 모임에 나선다. 그러나, 파시스트의 현실에서, 그들은 점차 희미해지고, 길을 잃고, 뒷배경으로 물러나게 된다.부르주아와 지식인에 의해서도, 그들을 위해서도 아닌 민족혁명이 행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진정하고 이상적인 파시즘의 직접적 화신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권력의 장악과 경제적 질서 확립이라는 시급한 문제로 인하여, 무솔리니, 히틀러, 프랑코, 살라자르 등 현실의 파시스트 지도자들은 보수주의자, 국가 자본가, 대기업 총수와 동맹을 맺도록 강요받았다. 그러나 이 타협은 언제나 파시스트 정권에 개탄스러운 결과만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독일 자본가 계급이 가열한 히틀러의 광신적 반공주의는 독소전쟁의 패배로 이어졌으며, (정확히 대기업 이익의 대변인에 불과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국왕의 정직함을 신뢰한 무솔리니는 피에트로 바돌리오(Pietro Badoglio)와 갈레아초 치아노(Galeazzo Ciano)에 의해 감옥에 쳐박혔고, 이탈리아가 미국의 품속으로 내던져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프랑코는 추축국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하여 자유주의-자본가 국가인 영국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장 오래버틸 수 있었다. 오직 그 뿐이다. 더군다나 프랑코는 진정한 파시스트도 아니었다. 

국가 자본주의는 파시즘의 내적 바이러스이고, 파시즘의 약화와 소멸을 보증하는 적이다. 국가 자본주의의 내부 구조는 우연적이고 모순적인 요소로 가득 찼으며, 파시즘의 본질적 특성과 전혀 무관하다.따라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 즉 러시아 국가 자본주의의 성장을 보고 파시즘에 관한 무언가를 말해선 안된다. 그것은 진정한 파시즘의 피할 수 없는 도래를 사전에 왜곡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 즉 진실되고, 실재적이고, 급진적이고, 혁명적이고, 일관된 파시즘이 도래하기 이전에 일종의 예방책 차원에서 사이비-파시즘을 널리 알려려는 것이다. 진정한 파시스트의 파시즘은 전적으로 러시아에서 탄생하고 강해질 것이다. 국가 자본주의자들, 즉 인민을 지배하고 모욕한 이전의 소련 공산당 지도자들은 체제순응주의를 따른다. 그에 걸맞게 소련 붕괴 후에는 자유민주주의자가 되었으며, 이제 자유민주주의의 단계가 끝나고 있으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파시스트의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민주주의가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변모하면서, 분명하게도, 어용 지식인을 대동한 '일당독재정치 지지자(partocrats)'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민족주의에 나쁜 영향을 주고 더럽힌다는 점은 정말 확실하다.

파시즘의 본질은 새로운 위계질서, 새로운 귀족제이다. 이전과 다른 참신함은, 위계질서가 자연스럽고 근본적이며 명확한 원칙, 즉 존엄성, 명예, 용기, 영웅주의 등에 기초한다는 점에 있다. 민족주의 시대에 적응하려는 구태적 위계질서는 이전의 순응적 능력, 융통성, 조심성, 불의, 사대주의 등에 기초하고 있다. 이 두개의 스타일, 두개의 인간 유형, 두개의 규범체계 사이의 명확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2. 러시아 사회주의

파시즘을 극우 이데올로기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작금의 현상은 파시즘을 '보수 혁명'이라는 역설적 공식으로 파악하는 점에서 정확하게 특징지어진다. 파시즘의 문화-정치적 지향점은 우파적이다. 즉 전통주의와 국가, 근원, 민족 윤리에 대한 충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경제 구상은 좌파적이다. 즉 사회 정의, 시장의 힘에 대한 제한, 신용 노예제로부터의 해방, 주식 투기와 독점 및 신탁의 금지, 그리고 정직한 노동의 최우선성을 지향한다. 단순히 '독일 사회주의'로 불리곤 했던 민족 사회주의와 유사하게, 우리는 러시아 파시즘을 '러시아 사회주의'라고 명명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구체적인 민족적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사회주의에서 의미있는 사회-경제적 교리의 성립은 관념적 도그마와 합리주의적 법에 근거하지 않으며, 지금껏 유기적으로 민족을 형성해온 실재하는 영적-윤리적, 문화적 원칙에 기초한다. 러시아 사회주의는 사회주의를 위한 러시아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을 위한 사회주의다. 그것은 융통성 없는 맑스-레닌주의 도그마와 구별된다. 러시아 민족 사회주의는 우리 민족, 우리 역사적 전통, 우리 경제적 윤리에 헌신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특징지어지는 사회정의의 이해에서 비롯된다.러시아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보다 농촌을 지향하고, 관리적이기 보단 공동체적-협동조합적이고, 중앙집권적이기 보다 지방분권적이다. 이 모든 것이 러시아 민족적 특성의 요구사항이며, 실제로 그러할 뿐만 아니라 파시즘 교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3. 새로운 인민

이러한 러시아 사회주의는 새로운 인민과 새로운 계급, 즉 영웅과 혁명가의 계급에 의해서 건설되어야 한다. 노멘클라투라 정당과 그들의 퇴폐적 질서의 잔재는 러시아 민족 사회주의 혁명에 의해 분쇄되어야만 한다. 러시아인들은 신선함, 현대성, 진정한 낭만주의, 그리고 대의를 위한 생동적 참여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이 접하고 있는 모든 것은 구태적인 애국자, 혹은 지루하고 시니컬한 자유주의자들 뿐이다. 젊고, 악의적이고, 명랑하고, 두려움없고, 열정적이고, 한계를 모르는 민족혁명 속에서 '약동적인 공격, 패션과 침략, 극단적인 교리, 의지의 선전, 악의적인 역설(The dance and the attack, fashion and aggression, excessiveness and discipline, will and gesture, fanaticism and irony)'이 휘몰아 칠 것이다. 영웅과 혁명가 계급은 건설하고, 파괴하고, 통치하고, 질서를 이행하고, 민족의 적을 제거하고, 러시아의 노인과 아이들을 상냥하게 돌볼 것이다. 그들은 격노와 즐거움을 가지고 퇴폐적이며 썩은 시스템의 성채로 진군할 것이다. 그들은 힘에 대한 깊은 갈증이 있으며,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고, 역사를 창조하는 달콤한 과정에 인민을 밀어넣을 것이다. 마침내 필요한 만큼 지적이고 용감한 새로운 인민이 탄생한다. 프랑스의 파시스트 저술가 로베르 브라지야크(Robert Brasillach)는 죽기 직전에 의미심장한 예언을 하나 남겼다. "나는 동방에서, 러시아에서, 경계없고 붉은 파시즘의 부상을 본다."

주: 눈부신 새벽의 새로운 러시아 혁명, 파시즘은, 우리의 땅만큼 경계없고, 피처럼 붉다. 그것은 색바래고 독일적이거나-좌익적인(brownish-pinkish) 민족 사회주의와 다르다.

원문 : Fascism-borderless and red (1997)
번역 : 체코경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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